HANSAE QUARTERLY MAGAZINE
VOL.44 SPRING
HANSAE QUARTERLY MAGAZINE
VOL.44 SPRING
이용재의 미식에세이
THE WORLD
OF BRUNCH
브런치의 세계
‘브런치(Brunch)’라는 단어는 19세기 말 등장했다. 1895년 영국의 ‘헌터스 위클리(Hunter’s Weekly)’가 아침 식사(breakfast)와 점심 식사(lunch)의 조어를 만든 것이다. 작가 가이 베린저가 미사 혹은 예배 뒤 가능한 식사를 가볍게 하자는 주장을 펼친 게 기원이다. 한편 미국에서 브런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1930년대다. 동서부를 오가는 기차가 시카고에 정차할 때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먹은 아침 식사가 브런치라는 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요일 오전 예배에 가는 미국인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그 시각에 즐길 수 있는 브런치가 힘을 받게 되었다.
에그 베네딕트
잉글리시 머핀에 캐네디언 베이컨과 수란을 얹고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어 마무리하는 에그 베네딕트의 기원설은 두 갈래다. 일단 뉴욕 로어 맨해튼의 레스토랑 델모니코가 원조를 주장한다. 1860년부터 만들어 왔고 셰프 찰스 랜호퍼가 1894년 ‘에그 아 라 베네딕(Eggs à la Benedick)’의 레시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1942년, 주식 중개인인 레무엘 베네딕트도 죽기 직전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했다. ‘뉴요커’지의 인터뷰에 의하면 1894년, 베네딕트가 유명한 월돌프 호텔에서 해장을 위해 “버터 바른 토스트에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수란, 홀랜다이즈 소스”를 주문했다. 이를 당시 호텔만큼이나 유명했던 지배인 오스카 처키(월돌프 샐러드를 고안한 장본인)가 조금 바꾼 게 오늘날의 에그 베네딕트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베이컨 대신 연어를 쓰면 에그 애틀랜틱, 스테이크를 쓰면 에그 오마르가 된다.
팬케이크
지역에 따라 핫케이크, 그리들 케이크, 그리고 플랩 잭(flapjack)이라고도 불리는 팬케이크는 즉석빵의 일종이다. 붙박이 브런치 메뉴로서 팬케이크는 밀가루와 계란, 버터밀크(크림에서 버터를 분리하고 남은 신맛의 액체)에 베이킹소다와 같은 화학 팽창제를 더한 묽은 반죽을 부쳐낸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미국식 팬케이크는 대략 1800년대에 등장했다. 우유나 크림 같은 유제품을 반죽에 쓰기 시작하면서 1870년대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1880년대에는 메이플 시럽이 단짝으로 가세했다.
미국식 팬케이크가 브런치 메뉴로서 전부는 아니다. 프랑스의 크레페는 미국식 팬케이크보다 더 묽은 반죽, 팽창제를 쓰지 않은 반죽을 하늘하늘 얇고 부드럽게 부쳐낸다. 한편 현재 일본의 대표 브런치 메뉴인 수플레 팬케이크는 1974년 하와이에서 일본계 미국인 젠과 제리 후쿠나가가 처음 고안해 낸 뒤 2010년대에 일본으로 전파됐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다음 전자를 거품기로 휘저어 공기를 불어 넣는다. 이렇게 만든 머랭 덕분에 팬케이크가 아주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다.
프렌치토스트
빵을 계란 물에 담가 지져 만드는 음식의 역사는 기원전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의 요리서 아피키우스에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으니 오늘날의 프렌치토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14세기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만들어 먹었으며 유명한 프랑스의 요리사 타유방의 레시피로도 남아 있다. 원래 하루 묵어 마른 빵으로 만들었기에 프랑스에서는 ‘상한 빵(Pain Perdu)’이라고 불린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중반에 기차 식당칸의 메뉴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와플
팬케이크와 프렌치토스트의 중간 격인 와플은 시럽이 고이는 격자무늬가 특징이다. 네덜란드어 ‘바플(wafel)’이 거의 그대로 영어로 자리 잡은 와플의 기록은 172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와플은 발효 반죽과 즉석 반죽의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벨기에의 브뤼셀과 리에주가 원조다. 리에주식은 효모로 발효된 반죽을 구워 만드는데, 18세기에 고안되었다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더군다나 주재료인 알갱이 설탕(펄 슈가)이 18세기에 있었다는 근거도 없어 문자 그대로 믿기 어렵다. 실제로 리에주식 와플의 레시피는 1921년이나 돼서야 처음 등장했다. 한편 베이킹파우더로 부풀리는, 즉석빵에 속하는 미국식 와플은 팬케이크와 흡사한 묽은 반죽을 구워 만든다. 특히 미국 남부에는 와플을 치킨에 올려 함께 먹는 ‘치킨 앤 와플’ 문화가 있다.
블러디메리
전날의 숙취를 달래기 위해 브런치에는 칵테일의 자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블러디메리로 파리 소재 뉴욕 바의 바텐더 페르낭 프티오가 1921년 처음으로 만들었다. 당시 이름은 피 한 양동이(Bucket of Blood)라고였는데, 성공회와 청교도를 탄압해 이름을 날린 잉글랜드 여왕 메리 1세의 이름이 붙었다. 보드카와 토마토 주스, 레몬즙 3:6:1의 비율에 우스터소스 두세 방울, 타바스코 핫 소스, 셀러리 소금, 후추를 더해 저어 만든다.
미모사
같은 이름의 노란색 꽃에서 이름을 따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의하면 영국의 마운트배튼 제독이 남프랑스에서 처음 접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권했고 이후 브런치 음료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오렌지주스와 샴페인을 1:1로 섞어 만든다.

약력
이용재 음식 평론가 겸 번역가. 한양대학교와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건축 및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 tbs 디자인에서 일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저자로서 ‘맛있는 소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한식의 품격’, ‘외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미식대담’, ‘조리 도구의 세계’, ‘식탁에서 듣는 음악’을 썼다. 옮긴 책으로는 ‘실버 스푼’, ‘뉴욕의 맛 모모푸쿠’, ‘인생의 맛 모모푸쿠’, ‘철학이 있는 식탁’, ‘식탁의 기쁨’,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