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기후와 농사가 만든 떡국의 얼굴
우리에게도 또렷한 지방색이 있어 떡국 또한 단조롭지 않다. 위도 기준 북부와 남부는 각각 만둣국과 떡국을, 중부 지방에서는 떡만둣국을 먹는다. 북부인 함경, 평안, 황해도는 기온이 낮고 강수량이 풍부하지 못해 벼 대신 밀농사가 강세였으니 쌀로 만든 떡보다 밀가루 반죽으로 빚어 소를 채운 만두를 먹었다. 꿩고기 국물을 쓰는 것도 북부지방 만둣국의 특징이다.
조랭이 떡국에 담긴 역사와 마음
역시 북부인 개성에서는 조랭이 떡국을 끓여 먹는다. 오뚜기나 누에고치처럼 둥글고 가운데가 잘록한 조랭이는 고려를 향한 신심을 반영한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떡을 비틀고 비벼서 조랭이를 만드는 것처럼 고려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 있는 이들이 조선을 비틀어 버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떡국에 관한 가장 이른 기록은 조선 중기 이식(1584~1647)의 ‘택당집’에 남아 있으며, 18~19세기에 이미 ‘떡국을 먹으면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포도와 석류로 맞는 유럽의 새해
이제 세계로 눈을 돌려 새해 음식을 살펴보자. 스페인에서는 새해 첫 날을 알리는 자정의 종이 울리기 시작하면 포도를 한 알 씩 먹는다. 1909년, 전체 면적의 1/4이 포도밭인 알리칸테(Alicante) 지방에서 남는 포도를 처리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포르투갈을 비롯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베네수엘라, 쿠바, 멕시코, 에콰도르, 페루 등으로 퍼져 풍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종이 열두 번 울리는 것에 맞춰 열두 알을 먹는데 페루에서는 한 알 더, 그러니까 열세 번째 포도알까지 먹는다. 한편 그리스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석류알 또한 새해 음식으로 사랑받는다.
염장 생선에 담긴 신앙과 생활의 지혜
한편 생선을 통으로 먹는 새해 풍습도 있다. 성스러운 휴일에 육식을 금하는 가톨릭교회의 규율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덴마크나 이탈리아 등에서는 대구를, 폴란드나 독일 등에서는 청어를 즐겨 먹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염장 덕분에 오랫동안 저장 및 운반이 가능해 지킬 수 있던 풍습이다. 독일에서는 잉어를 먹고 행운의 상징으로 비늘 몇 점을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