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이불을 적시는 식은땀, 몸이 먼저 보내는 경고
김부장은 어느 순간 공황발작을 겪고 응급실로 실려 갑니다. “대기업 25년 차 부장”이라는 껍데기 속에서, 그 역시 버티고 참아내며 쌓인 불안이 몸으로 터져 나온 것입니다. 진료실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자주 봅니다. 낮에는 멀쩡히 일하다가도, 밤만 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몰려와 잠에서 깨는 사람들, 며칠째 이불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들 말입니다.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없는데, 회사에서의 갈등과 압박이 몸 전체를 ‘항상 비상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경우입니다.
그 결과가 불면, 악몽, 식은땀, 두통, 소화 불량 같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내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자책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와 나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졌다”는 몸의 신호로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회사와 나 사이에 여백을 만드는 연습
그렇다면 답은 퇴사뿐일까요?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퇴사가 필요한 순간도 분명 존재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회사와 나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숨 쉴 공간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은 처음에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부장님’이라는 타이틀로만 자신을 정의합니다. 그러나 위기가 깊어질수록, 그는 부장이란 옷을 벗고도 남아 있는 것들을 조금씩 보게 됩니다. 가족과의 관계, 일에 대한 오랜 감각, 사람을 향한 태도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도 비슷한 연습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명함을 내려놓고, 회사 이름과 직함을 빼고 나를 소개한다면 어떤 단어들이 남을까요. 부모, 친구, 배우자, 누군가의 동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조용히 힘이 되어 주는 사람…. 이런 단어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회사에서의 나”와 “사람으로서의 나” 사이에 얇지만 분명한 경계가 생깁니다.
거창하게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퇴근 후 한 시간만이라도 메일과 메신저를 끄고, 몸과 마음을 회사 바깥으로 빼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주말 일정에 “회사 밖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식적으로 넣어 보는 것. 성과와 승진이 아닌,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건강, 가족, 배움, 여유, 공정함 등)를 두세 개 떠올려 보고, 오늘 하루 그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한 가지라도 실천해 보는 것. 이런 작은 시도가 쌓일수록, 회사가 내 삶의 전부였던 세계에 서서히 다른 축이 생겨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