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예스24 문화재단 


엄마가 되고, 책을 만들고, 

문화를 번역하는 삶 
  
한세예스24문화재단 장학생 인터뷰 - 몽골 출신 홀랑


몽골에서 온 홀랑은 한국에서 15년간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현재 몽골어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 ‘Leader Book’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언어와 교육의 힘을 체감한 그는, 한국의 우수한 유아도서를 몽골어로 번역·출판하며 문화와 가치를 잇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장학금은 학업과 출판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전환점이 되었다.

    Q. 한국에서 삶의 반을 살아온 몽골인, 홀랑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몽골에서 온 홀랑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어느덧 15년이 되었고, 현재는 출판사 ‘Leader Book’을 운영하며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학업은 몽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2010년 충북대학교 한국어 어학당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학사 과정을 마쳤고, 한성대학교 유아교육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학위 과정을 마친 지금은 몽골어 아동도서 번역·출판이라는 일을 통해 제 삶의 또 다른 챕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국은 저에게 가장 익숙한 ‘외국’이었습니다. 부모님이 한국에서 일하시며 보내주신 예쁜 그림책과 사진들이 제게 한국을 자연스럽게 친근한 나라로 느끼게 했죠. 그런 영향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학업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제 인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Q. 아이와 함께 다시 배운 한국어, 그리고 ‘책’이라는 길

사실 학부를 마칠 때까지도 한국어로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언어와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거든요. 그림책의 따뜻한 문장과 반복되는 단어들이 저의 언어 감각을 다시 깨워주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이해하고 표현하게 됐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이 몽골에는 없을까?” 그 의문이, 지금의 저를 만든 첫 시작이었습니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몽골의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출판사를 세우고, 한국의 양질의 유아도서를 몽골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일을 시작했죠. 지금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언어와 문화를 함께 ‘전달’하는 일을 제 사명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Q. 다문화가족 엄마로서의 삶, 그리고 ‘Leader book’의 시작

육아와 학업, 그리고 사업까지 병행하면서 가장 큰 도전은 언어와 교육 환경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말이 늦었고, 주변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내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집을 도서관으로 꾸미고, 몽골 부모님들과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책 한 권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직접 체감하면서,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죠. 저는 지금도 단순히 책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하는 문화’를 나누는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유아동 그림책이 굉장히 발달됐어요. 특히 ‘스마트펜(Saypen)’은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교육 솔루션이라고 생각해요. 몽골에서 저는 처음으로 스마트펜(Saypen) 기술을 활용한 도서를 도입하고, 이중언어 환경에 맞는 콘텐츠 기획과 출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더 자연스럽게 언어에 노출되고, 책을 통해 상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Leader Book’의 존재 이유입니다.

    Q. 한세예스24문화재단과의 인연, 나의 꿈을 키워준 장학금

재단을 처음 알게 된 건 우연히 SNS에서였어요. 장학금이라는 단어는 사실 제게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문화교류’라는 단어를 보고, ‘나도 한번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저는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문화를 번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동도서에는 언어뿐 아니라 문화, 가치,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에, 책 한 권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문화교류라는 키워드는 저에게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고, 장학생으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이 일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학금은 제게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기 저는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몽골과 한국을 오가는 일이 코로나19로 막힌 상황이었어요. 학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출판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컸던 시기였죠. 그때 재단의 장학금은 정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덕분에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출판 활동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어요. 


    Q.  제가 한국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태도’입니다.

한국에서의 삶을 돌아보면, 제가 가장 깊이 배운 건 바로 성실함과 태도 입니다. 시간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문화, 책임감 있는 태도,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내려는 자세는 한국 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몽골친구들에게 한국을 소개할 때도 한국사람들의 인성과 태도를 이야기 많이 해요. 태도가 바뀌면 행동이 바뀌거든요. 매순간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한국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건 책이나 뉴스에서 배운 게 아니라, 매일 만나는 한국 친구들, 교수님들, 출판사 대표님들을 통해 배운 태도예요. 

특히 제가 지금의 출판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키움북스’ 대표님 덕분이에요.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진심으로 도와주셨던 대표님의 태도는 저에게 책이라는 것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매개라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Q. 나의 최종 꿈,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지금 제 가장 큰 꿈은 자국 몽골에 아동 전문 도서관을 짓는 것입니다. 몽골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부모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서점은 있어도 ‘머물며 책을 즐기는 공간’은 많지 않죠. 저는 언젠가 꼭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남편이 건축가라서, 언젠가 그 꿈이 현실이 된다면 함께 도서관을 짓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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