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6회에 걸친 내한 공연에 약 30만 명의 관중이 다녀 갔다고 한다. 빌보드가 발표하는 박스스코어에 따르면 콜드플레이는 전 세계 아티스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과 티켓 매출액을 기록하는 그룹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엄청난 관객을 동원한 것 외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투어로 주목 받기도 했다. 공연 직후 여러 반응을 담은 언론 기사에서는 콜드플레이가 공연 내내 환경보호와 소수자 배려를 강조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내한 공연 무대를 음악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의식이 만나는 실험의 장으로 바꿔 놓았다. 특히, 관중이 공연 도중 손목에 차도록 나눠주는 자이로밴드의 나라별 수거율 현황을 공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는데, 한 외국인 관객이 자국 보다 한국 순위가 낮게 나오도록 수거율을 떨어뜨리자는 동영상을 퍼뜨려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콜드플레이 측이 친환경 활동에 선의의 경쟁 이벤트를 도입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4월 24일 마지막 공연에서 자이로밴드 수거율 99%를 달성한 한국이 일본, 중국, 유럽 등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수만 명이 운집한 대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화려한 무대장치나 세트 보다 앞서 언급한 LED 밴드를 비롯한 친환경을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었다.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에 협조하거나 밴드 회수에 적극 참여하는 공연 관람객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이다. 한 마디로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를 기획하고 여기에 관중이 주도적으로 동참하는 모범사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투어에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펼쳤다. 공연장 내 워터 스테이션을 설치하여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일회용 생수 소비를 자제하도록 하고 공연장이 사용하는 전력의 일부를 공연장에 설치된 키네틱 플로어와 파워 바이크를 통해 관중이 직접 생산한 것이 대표적이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월드투어에서 탄소배출량을 기존 대비 약 59% 줄였다고 한다.
이처럼 영국 밴드의 이번 내한공연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한 음악 이벤트를 넘어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에 대한 방향성과 실천 방안이다.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케이팝도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화려함과 정교함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인 케이팝 공연이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질문 앞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연간 수백만 장씩 생산되는 플라스틱 앨범, 각종 이벤트에 사용되는 일회용 굿즈, 탄소 배출이 높은 글로벌 투어 일정까지 이 모든 것을 이제는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고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외국 밴드가 내한공연에서 보여준 것처럼 친환경이 단순한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 케이팝 공연 문화의 핵심가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팬들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여 공연이 남긴 감동만큼이나 그 공연이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를 기억한다고 한다. 소위 MZ세대는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이는 케이팝이나 공연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이 공연장을 찾을 때 자신들의 공연 문화 소비가 환경을 훼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면 케이팝도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 무대를 뒤흔드는 케이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누가 더 화려한 무대를 만들 것인가를 넘어, 누가 더 책임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경쟁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함께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는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단지 환경 메시지를 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메시지를 공연의 구조 안에 녹여 내면서 팬들과 그 실천을 함께 한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일부 아티스트와 팬클럽이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굿즈 제작, 콘서트장의 일회용품 최소화, 팬덤 주도의 나무 심기 캠페인 등은 시작일 뿐이다. 더 나아가 소속사 차원에서 투어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이동수단 도입, 디지털 앨범 중심의 유통 전략 전환, 그리고 무대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 등 시스템적인 변화도 필요할 것이다. 콜드플레이도 자신들의 공연이 완벽하지 않다고 솔직히 밝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완벽함 보다 진행중인 변화를 택했다는 점이다. 케이팝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공연 문화의 탄소중립 실천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지구를 위한 공연, 탄소를 줄이는 친환경 문화산업으로의 케이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