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963
1963년 세워진 고려제강 와이어 공장이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감각적인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탄생한 이곳은 YES24, 국제갤러리 부산, 금난새 뮤직센터, F1963 도서관 등 전시, 디자인 숍, 북카페, 도서관, 야외 조형물과 대나무 산책로까지 F1963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산업 유산의 재생과 예술적 실험 장소로 변신한 이곳은 연간 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부산의 명소로 시민이 함께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이곳에선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듀오 M/M(Paris)의 <사랑/마법 ♥/M / MAGIE>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의 두 작가는 78장의 대형 타로 조각 설치, 250여 점의 포스터·영상·3D 오브제 등을 통해 기호와 이미지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펼치는 시각적 유토피아를 구현한다. ‘BUSAN’이라는 단어로 알파벳 스툴을 재구성한 작품, 픽토그램 캐릭터와 코끼리를 결합한 작품과 구조물 등은 작가의 독창적 시각언어와 상상력, 그리고 사랑과 마법이라는 보편적이면서 신비로운 주제를 통해 철강공장이라는 공간 전체를 시각 언어의 ‘마법 숲’으로 변모시키는 전시 디자인은 관람객 스스로 공간을 해석하게 만든다.
바로 옆 현대모터스튜디오 내에선<Plastic: Remaking Our World> 전시가 진행 중이다. 과거 혁신의 상징이었던 플라스틱이 오늘날 환경 파괴의 중심에 서게 된 과정을 다룬다. 플라스틱의 탄생과 진화, 환경 위기,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몰입형 영상(‘Kalpa’), 소재 전시 (‘Synthetica’, ‘Petromodernity’, ‘Plasticene’)를 통해 기후 문제와 디자인의 역할을 통찰하게 만든다.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과 실제 친환경 사례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실천적 해법을 제안한다. 이렇듯 F1963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예술을 느끼고, 사유하고, 공유하는 복합적 생태계다. 그 중심에는 F1963의 도서관이 있다.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음악 등 국내외 예술 분야의 깊이 있는 자료와 희귀 도서를 폭넓게 소장하고 있으며, 쾌적한 열람 환경을 갖춘 이 도서관은, 정적인 독서 공간을 넘어 아카데미, 전시 연계 강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F1963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 미술관, 정원, 카페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예술과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책과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모델이자, 부산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깊은 영감과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예술이 머물지 않고 흐르고, 공간이 과거를 품은 채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곳은 예술을 살아가며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F1963은 여름날의 긴 오후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부산은 그 자체로 파도처럼 일렁이는 도시다. 그리고 그 파동은 바다뿐 아니라 예술에서도 시작된다. 올여름, 당신의 감각을 깨울 물보라는 어쩌면 이곳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