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E QUARTERLY MAGAZINE

VOL.42 AUTUMN


김진효 변호사의 ESG

기존의 것을 새롭게 만나는 공간, 

소소한 ESG의 실천 


ESG가 다루는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한 기업의 경영이나 사회공헌 등 거의 모든 활동이 그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느 기업의 ESG 활동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그 기업에 관한 것이면 뭐든 다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니 글의 소재를 찾는 것은 특별히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근 짧은 여름 휴가를 겸해서 3일 동안 부산에 다녀왔다. 맛집 투어와 함께 사직구장에서 야구 경기도 보고, 송정 바다에서 서핑도 즐기면서 기억에 남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3일째 되는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가볼 만한 실내 공간을 찾다가 ‘F1963’라는 곳을 갔었는데, 입구 안내문에 재생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문화공간이라고 쓰인 이곳에서 ESG에 관한 글쓰기 주제가 떠올랐다.

이곳은 국내 한 철강회사가 지난 1963년에 완공하여 2008년까지 약 45년 동안 철강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이 있던 곳이다. F1963 측 소개에 따르면 2016년 부산 비엔날레를 계기로 재생 건축을 통해 기존 설비라인이 있던 공간은 전시와 공연장으로, 대형 크레인이 매달려 있던 자리는 북타워를 세워 도서관과 서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 산업 현장이었던 낡은 공장을 그 역사적 흔적과 의미를 최대한 간직한 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F1963을 굳이 ESG와 연결해서 풀어보자면 건물의 재생 및 재활용은 환경(E), 공연, 전시, 북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은 사회(S), 그리고 민간기업과 지방정부 및 문화기관이 함께 만들고 협력해서 운영하는 것은 지배구조(G)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산업시설을 리노베이션하여 건축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철골구조, 벽돌, 목재 등의 원형을 살려 탄소배출을 줄이는 건축은 도시 재생과정에서 ‘철거 후 신축’ 대신 ‘재생하여 활용’ 방식을 택하여 생태적 가치를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산업현장을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지역 주민의 참여를 촉진하고 다양한 계층의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지역 사회와 사람 중심의 가치를 창출하는 훌륭한 실천이라고 생각된다. 

F1963에서 가장 먼저 국내 한 자동차 기업이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이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전시관에 들러 보았다. 오늘날 우리 일상 어디에서나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이 한편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소재로 여겨지는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는 전시였다. 

특히 눈여겨본 것은 전세계 주요 지역의 플라스틱 생산량과 재활용 비율, 해양에서의 플라스틱 분포 등에 대한 시각 자료들이었는데 전시 관람객들로 하여금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게끔 하였다. 

이 전시를 기획한 자동차 회사가 오랜 기간 사용해 온 플라스틱 등 유해 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과 같은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전시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시공간이 기업의 ESG 실천 현황과 목표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소통하는 자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YES24 중고 서점이었다. 들어가는 입구 간판에는 이곳을 국내 최대 규모 중고서점으로써 책의 과거-현재-미래의 이야기를 예술과 기술로 풀어내고 문자와 책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소개 글처럼 쾌적하고 너른 공간에 상당한 분량의 서적들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이곳을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오래 전 미국 오래곤주에서 머물 때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있는 중고책 서점인 파월스(Powell’s Books)에 자주 갔었다. 당시 파월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이었는데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립 이념(mission)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파월스에는 고객들이 중고도서를 서점에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F1963에 있는 YES24서점에서도 바이백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중고서적 매입 및 판매를 통해 도서 순환을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인데, 한번 더 읽는 책의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ESG 관점에서도 상당히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공간에서 보낸 서너 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장소를 넘어 사회와 환경을 잇는 의미 있는 연결점이다. F1963과 같은 공간은 산업 유산의 재생, 지역 사회의 문화교육 확산, 그리고 지속가능한 운영구조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낸 사례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전 세계 도시 재생프로젝트와 ESG 경영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공간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지역 사회는 문화적 경제적 활력을 동시에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 휴가의 피날레를 소소하지만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공간에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화공간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약력

김진효 외국변호사는 다양한 산업계를 대상으로 K-ETS를 비롯한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 탄소중립 및 ESG 활동,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시장 진출, 탄소국경조정제 대응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환경, 에너지 인프라, 기업법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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