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E QUARTERLY MAGAZINE

VOL.42 AUTUMN


이용재의 미식에세이

많은 이들이 동물성 단백질, 즉 고기 없는 식생활을 상상하지 못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고기를 식사의 중심으로 여기고 이를 보좌하는 형식으로 끼니를 꾸려 나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육류 생산은 인류의 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너무 심각하게 나오는 거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현실은 매우 좋지 않다.

육식의 환경적 부담

영국 옥스퍼드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가축으로 고기 1t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26~33GJ 수준이다. 1GJ이 약 239,005kcal고 성인 1인 필요 열량이 대략 2,000kcal 수준임을 감안하면 에너지의 막대함을 체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물 367~521m²와 토지 190~230m²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무려 1.9~2.24t에 이른다. 


동물 복지와 식품 안전 문제

동물 복지의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흔히 생물이 꽉 들어찬 공간을 ‘닭장’에 비유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소도 닭처럼 키워 잡아 고기를 먹는 세상이다. 단순한 가축의 안녕뿐만 아니라 질환 예방 및 치료, 항생제 주사 등의 처치로 인한 식품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여러모로 육식이 주는 부담이 크다 보니 식물성 단백질이나 배양육 등을 활용한 대체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체육의 역사와 전통

대체육의 개념은 전혀 낯설지 않다. 콩고기는 이미 1980년대부터 사발면의 단골 건더기였다. 대체육의 역사는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중국에서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양무제가 고기와 술을 일절 금지하면서 대안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때 승려들이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끼를 굳혀 만든 게 콩고기의 시초였다. 현대에는 1973년 유가폭등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기회로 콩고기가 급성장했다. 

콩고기 말고도 아시아권은 각종 대체육의 발원지이다. 밀의 단백질인 글루텐으로 만든 대체육인 세이탄(일본)이나 콩으로 만들어 청국장과 거의 비슷한 템페(인도네시아) 등의 고전적인 대체육이 전부 아시아에서 나왔다. 한편 대체육으로 분류는 하지 않지만 두부 또한 고기를 대체할 단백질원으로 2천 년 이상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공헌해왔다. 

현대 대체육 시장의 등장

이 다음 세대, 즉 현재의 대체육은 첨단 과학의 영향을 좀 더 많이 받아 실제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식물성 원료로 고기를 모사하는 유형의 대체육 시장은 미국의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의 양강구도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이선 브라운이 설립한 대체육 제조 기업이다. 앞서 언급했듯 육류 생산 및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나섰다. 

비욘드 미트의 원천 기술은 미국 미주리 대학의 푸훙셰와 해롤드 허프가 개발했다. 비욘드 미트는 이를 라이센스로 받아와 2012년, 고급 슈퍼마켓 홀푸드를 통해 대체육 치킨 스트립을 시판했다. 현재는 쌀과 완두콩을 활용해 생산한 대체육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나 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보다 맛이 낫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아직 싸지 않은 게 단점이다. 

한편 임파서블푸드는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창립했다. 콩뿌리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활용해 생산한 헴(heme)에 맛과 향을 가미해 대체육을 만든다. 2016년 버거킹과 함께 회사의 첫 제품인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하고 임파서블 소시지, 치킨 너겟, 미트볼 등을 생산 중이다. 헴은 유전자 변형 기술(GMO)의 산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다. 

국내 대체육 개발 사례

국내 기업으로는 식물성 대체 식재료를 연구하는 더 플랜잇이 있다. 2017년 3월 창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계란을 넣지 않은 마요네즈와 크래커, 대체육을 쓴 비빔밥 간편식 등의 다양한 대체식품을 선보였다. 순식물성 ‘잇츠베러 마요’는 1kg을 쓸 경우 동물성 마요네즈 대비 3.4그루의 나무, 22배의 물 그리고 8.54cm²의 대지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낸다. 

플랜잇은 머신러닝의 힘을 빌어 순식물성 식품을 개발한다. 3만 가지 이상의 식품을 분자 단위로 쪼개고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30만 가지 이상의 식품 성분을 확보해 조합하는 방식이다. 플랜잇의 양재식 대표는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선 소에게 옥수수를 10㎏ 이상 먹여야 한다”며 “콩을 직접 가공해 소고기의 맛과 향을 낸다면 지구온난화부터 영양불균형까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과 맛 재현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대두박)에는 단백질 성분이 남아있지만 소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지방 등의 성분은 없다. 이를 머신러닝으로 확보한 맛성분으로 보충한다. 코코아 버터에서 지방을 가져오고 올리브유와 섞는 등,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보완하는 것이다. 한편 표고버섯이나 감자의 성분도 첨가해 쇠고기의 맛을 모사한다. 플랜잇은 2024년 엑스프라이즈의 미래 단백질 개발 부문 결승에도 올랐다.

배양육과 미래 먹거리

한편 살아있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이를 배양액에서 키워 만든 고기인 배양육도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체육이 식물성 재료를 바탕으로 고기를 모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배양육은 동물을 키우지 않고 만들어낸 동물의 고기인 셈이다. 세계 각국에서 미래 먹거리로 앞다투어 관심을 보이고 또 개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로 넘어오지는 못한 상황이다.

시장과 경제적 과제

이처럼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의와 아직 블루 오션이라 할 수 있는 시장의 선점 욕구 등이 어우러져 대량 생산 제품이 등장하고 심지어 기업 공개를 통한 주식 매매마저 이루어지는 등 변화는 현재진행형인데, 동시에 우려 또한 드러나고 있다. 맛에 비해 가격이 아직까지 높다 보니 시장 안착과 저변 확대가 의도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업 공개가 되어 있는 비욘드 미트는 현재 주가가 2달러 중반, 약 3,000원대 수준이다. 지난 5년 동안 가치가 98% 넘게 하락했다. 한때 200달러 가까이 올라갔었지만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기술의 생태계 교란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리싱크엑스의 연구에 의하면 2035년쯤 정밀 발효로 생산한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10배 정도 저렴해질 전망이라고 한다.



약력

이용재 음식 평론가 겸 번역가. 한양대학교와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건축 및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 tbs 디자인에서 일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저자로서 ‘맛있는 소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한식의 품격’, ‘외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미식대담’, ‘조리 도구의 세계’, ‘식탁에서 듣는 음악’을 썼다. 옮긴 책으로는 ‘실버 스푼’, ‘뉴욕의 맛 모모푸쿠’, ‘인생의 맛 모모푸쿠’, ‘철학이 있는 식탁’, ‘식탁의 기쁨’,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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