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가 맛없는 건 샐러드 탓이 아니다
샐러드는 꼭 차갑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다. 생채소라도 실온이거나 그보다 살짝 낮은 온도여야 맛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내 차가우면 음식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살짝 볶거나 드레싱을 따뜻하게 데워 끼얹거나, 독일식 감자 샐러드처럼 감자를 막 삶아 따뜻할 때 버무려 먹는 샐러드도 있다. 이처럼 샐러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므로, 샐러드를 하나의 틀에 집어넣을 이유가 없다. ‘샐러드란 무엇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나?’를 따지는 게 더 바람직하다. 서양 음식은 결국 ‘소스+재료’다. 소스는 액체 상태의 양념으로 점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나눠가진다.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더해 맛만큼이나 중요하다.
소스가 샐러드를 위해 쓰일 때 드레싱이라고 일컫는데 둘의 역할은 원칙적으로 같다. 재료를 한데 아울러주는 동시에 촉촉함을 더하므로 지방이 필요하다. 지방은 멍석을 깔아 전체의 맛을 증폭 및 전달한다. 여기에 산이 상호보완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돕는다. 신맛으로 지방의 느끼함을 덜어주는 한편 입맛을 돋워주고 채소에 따라 다른 쌉쌀함의 균형을 맞춰준다. 따라서 ‘지방+산’인 드레싱 가운데 샐러드에 가장 흔하게 쓰는 게 ‘비니그렛’이다. 올리브기름이나 유채기름 등,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띠는 지방에 산을 더한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기름이 대세지만 특유의 알싸한 향이 거슬릴 수도 있으니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보다 중립적이면서 값도 싼 식용유(유채, 콩기름 등)도 좋다.
산도 특정 제품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발효 식초는 기본이고 레몬 등 과일즙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산도 즉 신맛을 기준으로 고르는게 좋다. 요즘은 완제품 드레싱도 널렸지만 굳이 살 필요는 없다. 산과 기름의 기본 배합 비율(1:2~3)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을 기본 비율에 맞춰 더하고 마늘과 소금, 후추만 더하면 끝이다.
더군다나 드레싱 혹은 비니그렛은 만들기도 쉬워서 유리병 하나만 있으면 된다. 먹고 남은 과일잼 병 등에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새지 않도록 뚜껑을 꽉 덮은 뒤, 힘차게 흔들어 섞는다. 냉장고에 적어도 1주일은 두고 먹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름과 산이 분리되므로 먹기 직전 다시 흔들어 섞어 주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