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의 한가운데서 나를 꺼내는 법: ‘감정의 객관화’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 감정과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거나 못 본 척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성난 파도에 맞서 싸우는 대신, 잠시 해변으로 나와 파도를 ‘관찰’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알아차리되, 감정 안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입니다. 그 첫 단계는 바로 ‘감정에 이름표 붙여주기(labeling)’입니다.
“아, 내가 지금 분노하고 있구나”, “모욕감을 느끼는 중이네”, “서러움이 밀려오는구나”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정확히 인식하는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이성적인 부분이 활성화되어, 감정의 폭주를 멈추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객관화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날아온 말을 분석대에 올려놓고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당신은 이기적이야”라는 말은 팩트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기대와 관점이 듬뿍 담긴 주관적 해석일 뿐입니다. 이때 스스로에게 탐정처럼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말이 100% 진실인가?’, ‘혹시 저 사람의 기분이나 편견, 질투심이 섞인 말은 아닐까?’ 이렇게 비판적으로 말을 해부하는 과정은, 그 말이 가진 심리적 무게를 놀랄 만큼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그의 생각’과 ‘진정한 나’ 사이에는 건강한 경계선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객관화할 때는 노트, 혹은 스마트폰 메모장에 생각을 적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