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보트

예스24 가족 친화 프로그램인 ‘그린보트’ 공지가 떴을 때, 내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친구들끼리 ‘환갑 되면 같이 크루즈나 한번 타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났다. 이어 십 년 가까이 아버지 간병과 수발을 하면서도 씩씩한 엄마 생각도 났다. 내년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며 꿈 같았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 예스24 유서영 팀장 -

조식 뷔페 식당의 메뉴는 호텔처럼 풍성했다. 

이탈리아 배라 그런지 파스타와 빵이 

특히 맛있었다. 배가 부르지만 디저트까지 

매끼 두세 접시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배에서 내리기 전 가이드분이 크루즈를 타면 

2~3킬로는 쪄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났다.

그린보트 일정은 첫날 부산항으로 출발하여 마지막 날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중간 여섯 날 동안은 해상과 기항을 세 번 반복한다. 우리는 부산항에서 멀리 보이는 배를 보자마자 그 크기에 압도되었다. 12층짜리 건물이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세레나 코스타’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선박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여행을 안내할 가이드와 함께 선내로 들어서자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화려한 인테리어와 세계 각국의 크루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저녁 8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안내에 따라 비상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마치자 대극장에서는 웰컴 콘서트로 가죽 자켓을 입은 테너가 팝과 뮤지컬 메들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배가 어찌나 큰지 1,500명이 들어간다는 3층짜리 극장이 있고, 엘리베이터도 족히 스무 대는 있어서 이틀, 사흘이 지나서야 배의 구조가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방은 넓고 아늑했으며 발코니 문을 열면 탁 트인 바다가 펼쳐졌다. 배가 바다를 가르며 생기는 파도거품, 멀리 깊고 고요한 밤바다를 보며 ‘와, 이게 크루즈 여행이구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늦은 밤, 각 선실로 다음 날 일정이 담긴 선상 신문 2부가 배달되었다. 하나는 그린보트, 하나는 코스타 선사의 프로그램이었다. 다음 날 선상에서 참여할 강연과 체험 활동, 공연 프로그램들을 훑어보고 엄마와 나는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채 잠이 들었다.

그린보트의 꽃은 선내 프로그램이었다. 유홍준 선생님, 승효상 건축가, 이정모 관장, 김종성 교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송길영 작가, 은희경 작가, 남궁인 의사, 박상영 작가, 연예인 노홍철 씨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지식인과 유명인들과 함께 한 배를 탔고 선내 식당과 카페테리아, 기항지에서 이들을 몇 번씩 마주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강연 프로그램은 누군가 삶을 바쳐 연구해 온 내용을 압축하여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승객은 2,300명이 탑승했다. 주로 마주치는 이들은 50~60대 전후의 부부 혹은 친구들로 간혹 아이들과 가족 여행을 온 사람들도 보였다. 사랑하는 일을 하며 한 길을 걷는 사람들, 우아함과 지성을 갖춘 어른, 여유로운 태도로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에 갇혀 살고 있지는 않은가 반추하게 되었다. 또 좋았던 것은 선사에서 준비한 선상 투어였다. 유럽에서 온 댄서, 가수들의 대기실, 2천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과 1천 명의 크루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는 특별한 기회였다. 선박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재활용품 분리수거 시설, 오염수 정화 시설, 자가발전 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으며, 이는 크루즈 협회의 공동협약에 따라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바다를 지키는 방법 또한 연구하고 있었다.

대만 기륭-타이베이, 일본 오키나와, 나가사키(아리타)까지 세 기항지의 일일투어는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한 일정으로 구성되었다. 이동 중에 가이드들에게 역사, 국제관계, 현대사에 대해 속성 과외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지역의 시골 동네임에도 정갈한 길가와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들, 지역 특산물의 원활한 유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식당과 가게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서빙을 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중년과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사회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배의 화려함에 놀라지 않고 선박 내에서 길을 잃지 않게 될 때쯤 아쉽게도 여행은 끝을 향하고 있었다. 엄마는 7박 8일 동안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밥을 잘 먹었다며 좋아하셨다. 유홍준 선생님 강연과 손호준 교수님의 미국 현대사 강연, ‘고래와 나’ 환경 다큐 상영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고도 하셨다. 엄마와 나는 가족들의 배려 덕분에 꿈 같은 날들을 보냈고, 동료들에게 건넬 간식거리들과 함께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에 그린보트를 타게 될 당신에게 

조언을 하나 건네고 싶다.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기 위한 텀블러, 

에코백과 함께 반드시 정장이나 

드레스를 챙길 것. 

멋진 제복을 입은 선장님과 기관장들, 

영화에 나올 법한 드레스를 입은 

크루들과 왈츠를 출 때 한껏 기분을 

내고 싶다면 말이다. 

모든 것이 넘칠 정도로 완벽했으나 평상복과 

수영복만 챙겨간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저녁 정찬의 소화를 돕기 위해 귀한 

소주를 나눠주신 박은정 선배님 부부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다음에는 지중해에서 만나길!

예스24에 입사한 지 어느덧 20년 차. 이런 특별한 행운이 찾아오다니! 기분이 한껏 들뜬 채로 제15회 그린보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2025년 1월 16일, 나는 부산으로 향하기 위해 행신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 예스24 박은정 사원 -

무빙워크를 따라 이동하니 여객 터미널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각자의 조를 확인한 후 크루즈에 탑승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짐을 맡기고 출국 심사를 마치고 나니 저녁이 되어서야 객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객실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멋진 뷰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객실을 확인한 후 식당으로 향하니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 간식과 야식까지 준비되어 있어 더욱 설레는 순간이었다.

첫 기항지는 대만이었다. 주말에 늦게 도착해 살짝 맛만 보고 온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 동안은 선상에서만 머물렀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쇼가 준비되어 있어 여기저기 찾아다니느라 바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루에 만 보 걷기는 기본! 몸도 마음도 활기차게 움직이며 새로운 경험을 만끽했다.

여행 5일 차,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슈리성과 다다미길을 둘러본 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잠깐 쇼핑도 즐겼다. 크루즈로 돌아와 온수풀이 있는 수영장에서 반신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저녁 식사 후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배에서의 아침과 저녁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아침은 조용하고 평온한 반면, 저녁에는 라이브 바에서 한잔 하며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감성이 절로 생겼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일본 나가사키의 사세보였다. 원폭 자료관을 방문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가슴이 먹먹하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번 그린보트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 맞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넓은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한 만큼,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준 

예스24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발행일: 2024년 2월 창간일: 2014년 7월 등록번호: 영등포, 바00169 발행인: 김동녕 편집기획: 홍보팀

한세예스24홀딩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30, 6층 T. 02)3779-0800


Copyright ⓒ 2023 hansaei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