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효 변호사의 ESG

기로에 선

글로벌 기후 정책 


글로벌 기후 정책의 변곡점과 향후의 탄소중립 과제

환경 규제에 반대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 집권으로 글로벌 기후 정책이 당장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재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였고 화석 에너지 산업의 확대를 공식화하였다. 과거 그의 첫 임기(2017~2021년) 동안 미국은 파리기후협정 탈퇴, 친화석 연료 정책 강화, 환경 규제 완화 등 소위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강력한 기후 대응에 반하는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협정은 지난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씨 이하로 유지하고, 1.5도씨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체결한 국제 협정이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장단을 맞추듯 이번 트럼프 정권의 첫 에너지부(DOE)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는 탄소중립 정책이 미국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상승시키고 국가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풍부한 화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여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결국 미국의 탄소중립, 즉 넷제로(Net-zero) 목표를 폐기하겠다는 것인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탄소중립 정책 폐기 선언이 다른 국가들을 포함한 글로벌 기후 정책에 끼칠 여파가 우려되는 바이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탄소가격제를 도입하는 국가와 지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탄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약 50개 국에서 75개의 탄소가격제를 도입하였으며,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칠레,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도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탄소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그 수와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목표를 법으로 정하고 탄소가격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국가로서 지금이 앞으로의 기후정책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 오고 있는데 내년부터 제4차 계획기간(2026~2030)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조만간 구체적인 이행 수준과 방식을 정하는 할당계획이 수립될 예정인데 그 할당계획의 내용에 따라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탄소 감축과 규제 이행을 위한 의무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기후정책 변화와 대응 방향

2025년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에는 약 840개 기업이 대응하고 있는데 지난 10년 간 비교적 여유 있게 제도가 운영되어 현재 국내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톤당 1만 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배출권거래제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계획 기간에는 현재 대비 규제의 강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후정책 후퇴 움직임에 반하여 우리나라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인지 혹은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작년 8월 국내에서 제기된 아시아 첫 기후소송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기본법 및 그 시행령에는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국가 비전으로 삼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2030년 이후부터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까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지 않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이렇게 구체적이지 않은 중장기 목표 설정이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환경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2026.2.28.까지 2031년부터 2050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탄소 규제에 직면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글로벌 기후 정책의 부담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미국 등 주요국의 탄소규제 후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의 강도는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요구는 물론이고 탄소가 주요국의 새로운 무역규제 수단이 되어 가면서 기업들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탄소 규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탄소규제는 크게 공적규제와 사적규제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은 기업의 운영 방식과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적규제는 앞서 살펴본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국가 등이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으로 기업의 탄소 배출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반면에 사적규제는 시장, 소비자, 투자자, 공급망에 속한 고객사 등이 기업의 탄소 감축과 같은 친환경 활동과 그에 따른 성과를 요구하는 경우이다. 최근 자문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중에는 공적규제와 사적규제 대응 부서를 각각 두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각각의 규제 대응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기후정책이 동력을 잃어가는 이 시점에도 기업들은 계속해서 친환경과 탈탄소를 위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이들 기업에게 위로와 응원을 동시에 보내며 이번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력

김진효 외국변호사는 다양한 산업계를 대상으로 K-ETS를 비롯한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 탄소중립 및 ESG 활동,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시장 진출, 탄소국경조정제 대응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환경, 에너지 인프라, 기업법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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