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효 변호사의 ESG

탄소배출권이 

만드는 스토리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감축기술을 활용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그 실적을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진행되는 감축사업들이 늘어나면서 유엔(UN)에 등록하여 탄소배출권을 발급받거나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민간 등록기관에 신청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도전

기업이 특정 감축기술을 활용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그 실적을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들을 여러 건 자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감축 사업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해당 프로젝트들을 유엔(UN)에 등록하여 유엔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발급받는 사업도 있고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민간 등록기관에 신청한 것들도 있다. 


교토의정서에서 파리협정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발급받는 메커니즘은 지난 1997년에 체결된 기후에 관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 비롯되었다. 교토의정서의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에 따라 선진국 기업이나 정부가 주로 저개발국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 효율 개선, 산림 조성 등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추진하고 유엔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발급받는 것이다. 교토의정서 체제 하에서는 우리나라도 비 선진국에 속하여 다수의 CDM 사업들을 유치하였고 여기서 발행된 탄소배출권은 대부분 유럽 탄소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현재 교토의정서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으로 대체되었는데 파리협정에서도 소위 제6조 사업이라고 일컫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2024년 11월 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UNFCCC)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 메커니즘에 관한 세부 이행 규칙이 최종 합의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후투자 확대를 통한 본격적인 글로벌 감축사업의 전개가 예상되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감축사업 진출을 통한 활약도 기대된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크게 규제시장(compliance market)에서 하는 것과 자발적 시장(voluntary market)에서 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규제시장에서는 기업이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법적으로 주어진 감축 의무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감축사업을 하고, 자발적 시장에서는 개인, 기업, 정부 등이 법적인 의무 없이 자발적으로 감축활동을 하고 민간기구에서 발행하는 탄소배출권을 얻는다. 

자발적 시장은 감축 의무가 부여된 기업이 아니면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 없다는 규제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규제기관의 직접적인 감독을 수반하지 않는 시장 중심의 자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기구로는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VERRA와 Gold Standard 등이 있으며, 최근 국내에도 대한상공회의소의 탄소감축인증센터나 펍플(pople), 아오라(AORA)와 같은 민간 플랫폼이 운영 중에 있다. 

참고로 2024.12월까지 규제시장인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등록한 감축사업은 900여 건이고 해외 사업은 300건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발행된 탄소배출권은 국내 3,870만톤과 해외 1,350만톤에 이른다. 여기에 자발적 시장까지 더하면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사업 추진 활약은 글로벌 톱 수준이다. 


감동을 만들어 내는 감축사업 사례

한편, 국내 기업들이 저개발 국가 등 해외에서 진행하는 감축사업들은 탄소배출권의 확보라는 명백한 목적 이외에 현지에서 다양한 감동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자문하고 있는 기업들의 감축사업들 중에 규제시장과 자발적 시장에서 진행 중인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얀마 쿡스토브 프로젝트

먼저 규제시장에서 진행중인 감축 사업 중에 저개발국가 쿡스토브 프로젝트가 있다. 국내 기업이 미얀마의 저소득 가구에 쿡스토브라고 부르는 간단한 조리기구를 무상으로 공급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인데, 조리기구가 보급되기 전에는 돌멩이 위에 냄비를 올려두고 나무 땔감을 이용해서 조리를 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보급해 준 쿡스토브를 사용하면서 그 전에 비해 삶의 질이 크게 달라졌다는 미얀마 가족의 인터뷰를 보면서 감축사업이 현지에 주는 작은 혜택에 큰 감동을 받았다. 참고로 쿡스토브 사용으로 그 이전 대비 나무 땔감을 덜 쓰는 만큼 탄소배출이 줄고 그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식이다. 


친환경 정수 프로젝트

다음으로 자발적 시장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개발 국가 친환경 정수 프로젝트가 있다. 감축 사업 이전에 이 곳 마을 주민들은 식수를 구하기 위해 트럭에 물통을 싣거나 심지어 먼 길을 걸어서 호수에서 물을 길러온 후 끓여서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마을에 설치해 준 친환경 정수 타워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터빈을 돌려 지하수를 뽑아내고 정수필터를 거치게 해서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깨끗한 물이 나오는 식이다. 감축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의 담당자가 현지 실사를 갔을 때 사진과 함께 보내온 메시지는 이러했다. ‘형, 여기 마을 전체에 잔치가 열렸는데 정부 관계자와 주민들이 너무 감사하다네요, 여기선 제가 BTS 맴버가 된 기분이에요!’   

자발적 시장에서 감축사업을 통해 발급받은 탄소배출권은 의무시장 보다 훨씬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이행을 자문하고 있는 국내 모 프로축구 구단에서는 매년 정규 리그에서 펼친 경기에서 배출한 탄소를 상쇄하는 목적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 후 소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제조 기업이 생산하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배출권을 활용하기도 하고 다른 스포츠 업계나 명품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등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기후 대응을 위한 과제

기업의 탄소 감축활동은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것과 함께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 감축과 함께 해당 지역이 필요로 하는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해서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앞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감동적인 탄소배출권 스토리를 더 많이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약력

김진효 외국변호사는 다양한 산업계를 대상으로 K-ETS를 비롯한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 탄소중립 및 ESG 활동,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시장 진출, 탄소국경조정제 대응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환경, 에너지 인프라, 기업법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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