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할머니의 여름휴가』였어요. 에메랄드 바다 빛깔의 표지가 있는 작품인데요. 2016년에 나온 작품인데도, 지금까지 그 그림책의 여러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예요. 특히, 할머니가 누워서 선풍기 쐬는 장면을 되게 좋아하는데요. 저는 그림책에서 할머니들을 발견할 때 그렇게 좋더라고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까 시골집에 사는, 시골 분위기의 할머니에 대한 로망이 저한테 있는 것 같아요.(웃음)
첫 장면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시골집 장면입니다. 주인공 아이가 가방을 멘 채 시골집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주인공 아이가 부츠를 벗고 집에 들어가면서 말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 왔어” 하고요. 이어 방에 들어가서 발을 방바닥에 딱 내려놓자마자 “아, 뜨거”라고 합니다. 뭔지 아시죠?(웃음) 방으로 들어간 아이가 바닥을 뜨거워 하면서 옷을 훌러덩 벗고 꽃무늬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요. 이불 속을 보니까 굉장한 비밀 공간이 나옵니다. 바로 겨울 이불 찜질방인 거예요. 그렇게 주인공 아이는 겨울 이불 찜질방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죠. 제가 정말 정말 좋아했던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에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양머리 수건을 귀엽게 하시고 “우리 강아지 왔니?”라고 큰 소리로 외쳐줍니다.
작가님과 서면 인터뷰 할 때, 왜 그림책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등장하는지 여쭤봤었어요. 그랬더니 작가님이 사실은 몰랐는데,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자제하려고도 생각했다고, 의식적으로 덜 그리려고 하고 있긴 한데 계약된 책들이 나와야 하니까 계속 쓰고 있다고 솔직하게 답변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 개를 좋아하고 그래서요. 잘 안 되네요”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이런 답변도 참 좋았던 기억이 나요. 또, 작가님이 잠 얘기를 되게 많이 하세요. 낮잠 자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평소에 너무 많이 자기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와서 힘들 때가 있다는 이야기도 하셨거든요. 만약 잠을 싫어하고 너무 부지런한 작가가 이 작품 썼으면 가짜 같았을 것 같아요.
책에 표현된 꽃무늬 겨울 이불도 너무 좋죠. 솜이 엄청나게 들어간 그 묵직한 이불을 상상하면서 읽었는데요. 부모님한테 이 책 한 번 보시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