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의 말에 쉽게 속을까?
“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 (한 번 속으면 네 탓, 두 번 속으면 내 탓)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한 번 속았을 때는 속인 사람을 비난하지만, 반복해서 속게 된다면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사기에 잘 넘어가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적인 성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기본적으로 타인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뢰는 사회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진화적 관점에서도 설명됩니다. 예를 들어,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그가 정말 길을 모른다고 믿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 합니다. 이러한 신뢰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초입니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신뢰는 때로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확증 편향’이라는 심리적 현상 때문인데, 우리가 한 번 사람을 신뢰하게 되면 이후로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만을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는 인지 패턴이 자리잡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폰지 사기인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은 그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그 믿음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자들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투자자들은 그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결과 사기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졌죠. 신뢰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 신뢰가 때로는 우리의 판단력을 약화시켜 사기 범죄의 희생자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