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E QUARTERLY MAGAZINE

VOL.32 SPRING



서명은 교수의 과학이야기

인간에게 남은 것


글쓰기는 어렵다. 유려한 문장은 둘째 치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적확한 단어를 써서 논리적인 순서로 써내려가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필자의 직업에서 글쓰기는 동료 과학자들과 연구 성과를 소통하고 평가받는 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아무리 신기한 것을 발견했더라도 흥미로운 글로 풀어낼 재주가 없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써야 하는 학술논문은 난이도가 한 단계 더 상승한다. 영어 문장을 하나 써놓고 나서 문법은 맞는지, 이상하게 읽히지는 않는지, 뜻한 바는 제대로 전달되는지 고민하다 보면 화면은 채워지지 않는데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다행히 요즈음에는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에서 빨간 줄을 그어주던 수준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영어 교정 프로그램 덕분에 문법을 틀릴 걱정은 조금 덜 하게 되었다. 

교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더라도 무슨 내용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인 반면, OpenAI 사에서 개발한 ChatGPT는 글쓰기를 포함해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작업들도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면서 최근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아래 실례를 보자.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과제로 다가온다. 이는 글쓰기의 본질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긴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은 더욱 도전적인 과제로 다가온다. 이 글에서는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어렵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글의 핵심이자 원동력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작성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이미 많은 글이 존재하거나, 흔하게 사용되는 주제들이라면 고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아이디어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글의 품질과 흥미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찾는 것이 글쓰기의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둘째,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 것이 어렵다. 글을 작성할 때, 아이디어를 구조화하여 논리적인 흐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의 시작과 끝을 잘 맺고, 본론을 탄탄하게 전개하며, 각각의 아이디어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장의 흐름을 조절하고, 단락을 구성하고, 문단 간의 전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등 글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잘 다루는 것이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적절한 표현을 찾는 것이 어렵다. 글쓰기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적어내는 것 이상이다. 글쓰기는 아이디어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작업도 포함한다. 글의 목적, 대상 독자, 문체, 톤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어떤 문장 구조를 선택하며, 어떤 어휘와 표현을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글쓰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어떤 단어가 더 적합한지 고민하고, 문장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맞춤법과 문법을 확인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긴 분량의 글을 쓸 때에는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인 표현을 찾는 것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째, 글의 흐름과 조화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 긴 글을 쓸 때에는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조화가 중요하다.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과 스타일을 유지하고, 각각의 문단이 서로 조화롭게 이어져야 한다. 글의 구성, 문단 간의 전이, 논증의 흐름 등을 고려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글의 중심 주제와 부주제들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긴 글을 쓸 때에는 글의 구조와 흐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나, 이는 글쓰기의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길고 복잡한 글을 쓰려면 아이디어를 찾고 구조화하며 표현을 정확하게 선택하며 흐름과 조화를 맞추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꾸준한 연구와 조사, 다양한 시도와 수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글쓰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으로, 이로 인해 글쓰기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글쓰기는 창의성과 예술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흥미롭게 이끌고, 감정과 감각을 자극하며,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스타일과 톤을 사용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글쓰기의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개인적인 노력과 자기관리를 필요로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자기모니터링과 자기수정이 필요하며, 꾸준한 연습과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과 자기관리가 부족하면 글쓰기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

총론적으로, 글쓰기는 어려운 작업이다. 적절한 표현 선택, 흐름과 조화의 조절, 창의성과 예술성의 발휘, 개인적인 노력과 자기관리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며,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꾸준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글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수준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어색하거나 중복된 부분들이 보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그럴 듯한 글을 만들어내는 것을 알 수 있다(왜 천 단어를 주문했는데 500단어 정도만 써줬는지는 모르겠다). 새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초안을 고쳐달라고 맡기면 제법 자연스럽게 다듬어 오고, 내용을 요약해 달라고 하면 정리해 주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판사가 판결문을 ChatGPT더러 쓰게 했다거나 학생들이 과제 보고서를 ChatGPT로 만들어 오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서 ChatGPT를 쓰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과학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부 학술지는 ChatGPT를 활용해 작성된 논문 원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논문의 저자는 자신이 작성한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ChatGPT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ChatGPT가 질문자의 의도에 맞추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사례들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문제는 자연어 인공지능 모듈로서 ChatGPT가 작동하는 원리와 학습한 데이터에 관련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GPT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즉 ChatGPT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학습한 데이터가 참인지 거짓인지 스스로 가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인공지능 관련 뉴스에서 챗 모드로 기능하는 데 “지쳤다”는 대화형 인공지능의 대답을 보면서, 혹시 이 인공지능은 필자가 어린 시절 읽었던 과학소설들을 학습해서 인류의 고뇌를 더 이상 짊어지기를 거부하고 자살하려 하거나 자의식을 지니고 인류를 몰살시켜야 한다고 답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인공지능에게 암울한 미래를 알려준 것도 결국 인류인 셈이다.


AlphaGo가 바둑을 제패하고 ChatGPT가 글을 쓰며 AI Karlo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되면서 인간에게 남은 영역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필자의 연구는 보통 화학 반응을 이용해 분자를 합성하는 단계부터 시작하는데, 최근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과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연구 방법도 변화하기 시작하는 중이다. 화학 실험은 기본적으로 요리와 통한다(요리는 식재료를 섞고 화학 반응을 일으켜 먹기 좋게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주방장이 누구냐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듯이 화학 반응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손을 많이 탄다. 훈련에 따라 원숭이 손을 사람 손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곰손은 사람 손이 될 수 없고 금손은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이라 했었는데, 마치 바리스타 로봇이 미리 입력된 순서를 따라 커피를 내리듯 화학 반응의 각 단계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하고 전자 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프로그래밍된 대로 반응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들이 개발되면서 손에 따른 반응의 편차를 없앨 수 있게 되었다.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실험대에 앉아서 직접 반응을 돌릴 필요 없이 다양한 변수를 바꿔가면서 실험을 시킬 수 있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기존에 축적된 실험 결과들은 누가 했는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 인공지능을 훈련시킬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은 반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일관성 있게 얻어진 실험 결과들은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기에도 좋다. 따라서 선도 연구 그룹들은 다양한 반응을 시도해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최적의 반응 조건을 찾거나 합성이 어려운 분자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하는 등 자동화 화학과 인공지능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분자의 모양으로부터 성질을 유추한다든지 원하는 성질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분자를 찾는 데 인공지능을 쓸 수 있는지 여부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럼 이제 화학 실험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직접 연구할 필요는 없어지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마이닝, 기계학습,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면 더 이상 직접 우리 손으로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진보를 이루고, 글로 남길 필요는 없는 것일까? 인류가 적어도 아직은 화학을 통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바,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접 해보는 것은 가장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다. 필자의 은사 중 한 분은 화학 반응은 “안력(眼力)”으로 진행되는 것이니 반응이 돌아가는 플라스크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는데, 필자도 연구 과정에서 반응을 지켜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관찰했을 때야말로 정말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이렇게 체화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화학 반응에 대한 직관과 새로운 비전이 자라난다고 믿는다. 기계학습 분야에서 유명한 격언으로 “Garbage in, garbage out”이 있는데, 반응을 올바르게 설계하고 수행하며 데이터를 판단할 수 있는 직관이 있어야 학습할 데이터의 품질과 예측된 결과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ChatGPT가 쓴 글과 마찬가지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분명 굉장히 효율적인 도구로서 우리가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줄 수 있으며, 향후 우리의 삶과 과학에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올바른 근거에 입각해 문제를 판단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여 기존에 나와있지 않던 답을 내놓는 작업은 사람의 몫으로 보인다. 특히 ChatGPT가 글쓰기의 어려움에서 정확하게 지적하였듯이,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학습한 데이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재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영역으로 한동안 남기를 바란다. 화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는 과학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인공지능에 뺏기지 않을 먹거리를 생각한다면 기초과학을 더욱 주목해 주어도 좋겠다.


약력

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여 이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모교인 KAIST 화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분자들을 서로 이어 고분자를 만들고 쓸모있는 소재로 응용하고자 연구하고 있다. 


2002                 KAIST 화학과 이학 학사

2008                 KAIST 화학과 이학 박사

2008 – 2009     KAIST 박사후연구원

2009 – 2013     University of Minnesota 박사후연구원

2013 – 2020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조교수, 부교수

2020 – 현재       KAIST 화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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