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E QUARTERLY MAGAZINE
VOL.37 SUMMER
HANSAE QUARTERLY MAGAZINE
VOL.37 SUMMER
김진효 변호사의 ESG
기업의 친환경 활동과
그린워싱 주의보
또래와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고등학생 아들에게 새 운동화의 유효기간은 채 한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전날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친구들과 농구 한 게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신발은 벌써 생명을 다 한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신창이가 된 아들의 신발에 감정이입이 될 정도이니 어떤 수준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으리라.
최근에 아들에게 새 운동화를 사줄 겸 쇼핑몰에 갔었는데, 매장에는 재활용 섬유를 사용했다고 표시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똑같은 스타일의 운동화인데 재활용 섬유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색상은 조금 어두운 편이었고 가격은 더 높았다. 아들이 재활용 섬유로 만든 신발을 고르길래 뭔가 생각이 있는 소위 착한 선택을 한 것 같아 흔쾌히 사주었다. 물론 재활용 섬유로 만든 운동화를 신는다고 해서 특별히 그 수명이 더 오래 갈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지만 말이다. 다음 날 회사 집무실에서 기업들의 ‘그린워싱 (Green Washing)’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문득 어제 산 아들의 신발이 생각났다. 표시·광고한 것처럼 실제로 신발의 대부분을 재활용 섬유로 만든 게 맞을까? 혹시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실제 보다 과장해서 광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이 운동화를 만든 기업이 환경을 위해 재활용 섬유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그 진정성이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일까?
그린워싱이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환경적으로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표현하는 행위 등을 말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그린워싱 관련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공정위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환경부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근거로 각각 기업의 그린워싱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환경관련 표시·광고와 관련하여 공정위 지침은 진실성, 명확성, 상당성, 실증성, 전과정성, 구체성, 완전성 등 7개의 일반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즉, 표시·광고의 내용과 표현 및 방법이 사실에 근거하고 명료 정확해야 하며, 해당 내용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함은 물론이고, 환경성 개선의 정도에 대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류나 신발을 만드는 패션업계에서도 그린워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브랜드들이 에코, 지속가능성, 친환경 소재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여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일부분만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한 후 전체 제품이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타사의 동종 제품을 부당하게 비교하는 것도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모두 앞서 언급한 표시·광고의 일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발생한 그린워싱 클레임의 사례를 보자. 먼저 H&M은 “Conscious Collection”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패션 라인을 홍보하면서 몇 차례 그린워싱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소송에서 원고 측은 H&M이 Conscious Choice 제품들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으로 광고함으로써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하였다. 더구나 Conscious Collection 제품들은 일반제품 보다 비싸게 판매되었는데, 이를 두고 원고 측은 H&M이 실질적인 환경적 효용을 주지 않는 제품을 마치 그러한 효용이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광고하여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피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규제 당국의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성에 대한 표시·광고 시
기본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친환경 노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정기적으로 갱신하여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스포츠 의류를 판매하는 아디다스(Adidas)는 해양 환경 보호 비영리 환경단체인 Parley for the Oceans와 협력하여 바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신발과 의류를 출시하고 이를 자사 홈페이지 등에 홍보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환경단체 및 소비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아디다스가 광고하는 것과는 달리 친환경성이 크지 않으며, 잘못된 광고가 소비자들을 오인하도록 조장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아디다스가 한 광고와는 다르게 Adidas x Parley 제품에 사용된 “해양 플라스틱”이 실제로는 해양에서 수거된 것이 아니라 해안가와 해변에서 수거된 것임이 밝혀져, 제품이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브랜딩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린워싱에 관한 이러한 발견은 기업의 환경 캠페인의 효과와 진정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패션 산업에서 더 많은 투명성과 진정한 지속 가능한 관행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들의 운동화 이야기로 시작한 글이 기업의 그린워싱에 관한 내용으로 흘렀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외 많은 기업들의 환경, ESG, 탄소중립에 관한 자문을 해 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대다수의 기업들이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정임에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한방울의 물기라도 더 없애고자 하는 심정으로 고민하고 도전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많이 봐 왔다. 부디 그 도전과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고, 더불어 그 성과를 정확히 공개하고 홍보하여 이해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그린워싱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약력
김진효 외국변호사는 다양한 산업계를 대상으로 K-ETS를 비롯한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 탄소중립 및 ESG 활동,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시장 진출, 탄소국경조정제 대응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환경, 에너지 인프라, 기업법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