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현의 마음을 살피는 기술

세상의 절반은 내향적인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개인의 성격을 이야기할 때 활용하는 MBTI 지표를 보면, 통계적으로 내향형(I)이 외향형(E)보다 근소하게 더 많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을  ‘외향적’이라고만 소개하거나 ‘내향적’이라고만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누구나 외향성과 내향성을 고루 가지고 있으며,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누군가는 활발한 성격이면서도 어두운 일면이 있고, 누군가는 내향적인 성격이면서도 특정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기도 하죠. 하지만 겉보기에 두 성격은 여러 측면에서 달리 보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얻습니다. 주로 사색과 자기 성찰에서 에너지를 얻고, 사회적 상황에서는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죠.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활력을 얻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읽거나 혼자 산책하는 것을 즐기고, 외향적인 사람은 모임과 외부 활동에서 더 활기차게 활동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소수의 깊이 있는 대화를 선호하며, 외향적인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편입니다. 간혹 내향적인 성격은 ‘소심하다’거나 남의 눈치를 보며 ‘위축되어 있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내향적인 사람들은 소극적이고 능동적이지 않다는 편견에 시달리곤 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의 강점 활용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특징과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의 강점 중 하나는 차분함과 진중함입니다. 이들은 주어진 상황과 문제를 차분히 분석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긴 호흡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은 더 높은 수준의 자기 성찰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내향적인 사람은 대인 관계에서 세심함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는 특히 심리 상담, 연구, 창작 활동과 같은 분야에서 큰 강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심리 상담사는 내담자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세심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차분하고도 내밀한 성격은 타인의 마음에 잘 조율되는 법입니다. 

또한, 이들은 집중력과 인내력이 뛰어나며, 복잡한 문제를 차분하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정신건강의 영역에서는 아주 중요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이 나에게 힘을 주는지에 대한 지식은 내향인의 삶에서 중요한 자산입니다. 주변 환경을 나에게 맞게 설정할 수 있다면,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향적인 이들에게는 특히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한 재충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루틴과 시간을 확보하여 일상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사회적 상황, 직장에서의 대처법


내향적인 사람이 사회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소통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모임에 억지로 끼는 것보다는 부담되지 않는 소규모 모임에 참여하거나 본인과 친숙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모임이나 발표 전에는 충분한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발표나 대화의 속도를 잘 살피는 게 도움이 됩니다. 대화 중에 자신이 과하게 긴장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너무 빠르게 발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페이스를 가다듬어 가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평소에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조금씩 자신만의 느낌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리듬을 가지고 찬찬히 문제를 살피며 해결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 있는 부분과 어려워하는 부분을 잘 구분하여 일처리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내향적이고 차분한 성격은 보고서 작성이나 분석 작업과 같이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업무에서는 확실한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직장에서 관계 맺기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급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취미를 매개로 한 사내 동아리나 결이 맞는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좋습니다. 대면이 부담스러운 경우라면, 온라인 메신저 등을 활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관계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보통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부담스러워 피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대일의 상황에서는 잘 들어주는 태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잘 맞는 관계의 형태와,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면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는 찾아옵니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일상 생활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일과와 충분한 수면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상의 작은 성취와 안정감을 통해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적 통찰에 강점을 가진 내향적인 성향은 매일 일정 시간을 명상이나 독서에 할애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내향적인 사람이 에너지를 회복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에 만족감과 집중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상황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자신의 성향과 삶을 받아들이기 


주변 사람도,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성격에 답답해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격을 바꾸려는 노력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꾸준한 방향성을 갖고 노력을 하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신의학적으로도 자기 수용과 긍정적인 자기 인식은 정신 건강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신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의 마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과 생각을 주기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면 도움이 됩니다. 일기를 쓰거나, 일상의 기록을 비공개 블로그나, SNS에 남기는 방법으로 자기 인식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내향적인 사람들은 비난을 받는 상황이 오면 자신에 대해 자책하며 늪에 빠져버리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난을 받을 때 그것이 나 자체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내가 한 행동에 대한 비난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난받은 내용을 다른 시각에서,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도움이 될 겁니다. 너무 오래 비난의 늪에 빠져 있다고 느낀다면, 조용한 내 방이 아닌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외부 공간으로 자신을 데려다 놓는것도 효과적입니다. 내 마음이 비난을 쏟아냄을 느끼게 된다면, 주의 환기가 꼭 필요하다는 신호로 여기기 바랍니다. 

‘나는 내향적이야’라는 측면에 갇혀 있기보다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때 삶은 더 다채로워집니다. 내향적인 자신의 여러 측면에 대해 잘 알아차리고, 자신의 성향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약력

정신과 전문의 신재현 원장은 현재 강남푸른정신과를 운영 중이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며 인지행동치료, 불안장애치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저서로는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등이 있으며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상담을 통해 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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