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효 변호사의 ESG

ESG의 시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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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해서 하루 두세 잔은 마신다. 20대 때 학교와 군대에서 즐겨 마시던 자판기 커피로 시작해서 지금은 전 세계 유명 커피콩 산지의 커피를 골라가며 즐기고 있으니 지금까지 마셔온 커피의 양도 꽤 될 것 같다. 요즘은 국내 고객 기업들을 방문하면 회사 내부에 마련된 커피 머신이나 카페에서도 다양한 커피 메뉴를 즐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최근에는 기업에 ESG에 관한 자문 건으로도 자주 방문을 하게 되는데 문득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에 대해서도 ESG의 시각, 그 중에서도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떠한 해석이 가능할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공정무역에 관한 이슈는 예전부터 자주 논의되어 왔고 실제로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다. 공정무역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 상호 간의 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무역이다. 그리고 공정무역 제품은 산업 일반 경쟁에서 뒤처진 생산자들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제품의 생산, 운반, 판매 단계에서 환경과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제품으로,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거나 그 이상의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뜻한다고 한다. 결국 커피에 관한 공정무역은 주요 커피 생산지인 커피벨트(Coffee Belt)에 있는 현지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친환경적인 농법을 사용하여 커피콩 생산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특히 온실가스 배출의 관점에서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어떨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피류 매출액 규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6% 성장하여 2021년 기준 3조 11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세청은 2022년 우리나라의 커피콩을 비롯한 관련 제품 수입액이 13억 달러 수준이라고 하니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나라가 커피산지로부터 들여오는 커피콩의 온실가스배출량을 산정해 보면 얼마나 될까? 즉, 커피벨트에 있는 커피 생산지에서 커피콩이 재배되어 우리나라로 들어온 뒤 소비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영국의 한 대학 연구진은 2020년을 기준으로 커피콩의 생산에서 커피제품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본 적이 있다. 세계 최대 커피콩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농장에서 재배한 아라비카종 커피 생두가 영국으로 수출되어 소비되는 과정을 분석하였는데, 생두 1kg을 재배하여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브라질 산은 14.61kg, 베트남 산은 16.04kg으로 계산되었으며, 이 차이는 대부분 운송거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단계 별 커피의 탄소발자국 중에서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여, 결국 커피 소비 국가를 기준으로 먼 곳에서 생산된 커피콩일수록 탄소발자국이 커지는 것이다.


참고로 탄소발자국이란 개인이나 기업 등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커피의 탄소발자국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운송에 따른 배출량이다. 따라서 커피벨트에서 생산된 커피콩을 우리나라로 들여올 때 항공운송보다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물론 해상운송은 항공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커피콩의 신선도를 고려하면 좋은 대안이 아닐 수도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만을 두고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커피의 운송거리 자체를 줄일 수는 없을까? 커피벨트에서 수입해 온 것 대신 국내에서 재배한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소위 로컬푸드의 소비를 통해 유통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자는 것이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인데, 생산지 인근 지역에서 소비되므로 보다 신선하고 안전한 것은 물론이고, 운송거리가 짧아짐에 따라 탄소발자국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도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커피콩이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열대 작물인 커피를 재배한다는 것 자체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라 씁쓸한 측면도 있으나, 수입산 커피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농촌진흥청의 아열대 작목 재배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2년에는 전국 44개 농가가 8.59hs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렇게 국내산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를 마신다면 내가 마시는 커피 한잔의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에 있는 대학교의 연구진에 따르면 커피 280㎖ 추출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배출량이 드립커피는 172g, 캡슐커피는 127g, 믹스커피는 109g으로 믹스커피 한잔의 온실가스배출량이 가장 적다고 한다. 단순히 따져보면 드립커피보다는 커피믹스를 애용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미국 시에틀에서 시작한 모 커피회사에서는 대추씨, 해바라기씨 등을 활용한 커피 화합물 추출 기술을 통해 대체커피를 만들고 있다. 해당 커피회사 측에 따르면 이들이 

만드는 대체커피가 전통적 커피시장의 산림훼손, 물소비 증가 등과 같이 커피 생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를 상쇄하는데 기여한다고 한다. 다만, 대체커피가 기존 커피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통계적으로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사내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의 탄소발자국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언급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들을 모두 도입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배출량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감축활동 이후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순배출량에 대해 탄소배출권(Carbon Credits)을 활용하여 상쇄(offset)하는 활동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즉, 내가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온실가스배출량에 대해 그만큼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소각함으로써 해당 활동에 대한 탄소중립 (Carbon Neutral)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탄소배출권을 활용한 탄소중립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대해서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권이나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보다 자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가 마시는 커피 한잔도 ESG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점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ESG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그 사소함 자체도 놓치지 않는 것이 ESG 실천의 고수가 아닐까 생각하며 이번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력

김진효 외국변호사는 다양한 산업계를 대상으로 K-ETS를 비롯한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 탄소중립 및 ESG 활동,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시장 진출, 탄소국경조정제 대응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환경, 에너지 인프라, 기업법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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