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재미있는 게, 보선 작가님께서 자신의 장례식을 치른 날이 본인의 생일이었잖아요. 그것도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의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 장례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분들이 보선 작가님 가상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셨어요. 저는 그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현재 유튜브에 그 당시의 영상이 남아 있어서 찾아보긴 했지만요. 본인이 느끼는 것과 제가 보면서 짐작하는 것과는 다를 테니까요. 그나저나 편집자 님께서는 그 현장에 계셨을까요?
유예림: 있었다고 말해야겠지만요. 제가 초대장을 받았는데 알람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방명록도 일부러 남기지 않았는데요. 그 내용은 책에 담아야겠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저의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았어요. 그 현장에 제가 있었다고 해야 사실 감동적일 텐데(웃음) 없었습니다.
불현듯(오은): 저는 처음에 왜 가상 장례식을 치르는 것일까, 약간 갸웃한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저도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례식을 치르는 이유는 어떤 것일지, 장례식을 치르고 난 다음의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질지 궁금증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보선 작가님처럼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 두 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또 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생각이 변했는지 궁금했어요.
캘리: 정말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것이 살아 있을 때 내 장례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봤을 때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기도 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일이라서요. 저는 죽음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하지만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냥 죽음은 완전한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할 범위를 넘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죽을 날짜를 알고, 살아 생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생각해 본다면 무엇일까 따져봤어요. 놀랍게도 그것이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장례식을 하는 거더라고요. 죽기 전에 내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솔직하게 진심을 담은 인사를 건네고 헤어지고 싶다는 바람이 책을 읽고 생겼어요. 살아있는 동안에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요. 이 생각은 진짜 이 책으로 배우게 된 거라서, 하루 빨리 실현시켜보고 싶은 생각이기도 해요.
유예림: 사실 저는 장례식이 식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식의 장례식을 퍼포먼스 같은 영역에서 하거나 유언장을 미리 쓰는 워크숍 형태의 활동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고요.
장례식은 사실 의식이잖아요. 저는 모든 의식에 대해 약간 간지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그 의식을 인간이 치르고, 기념하고, 준비해서 하잖아요. 그러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라는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를 작업하면서 다시 한 번 하게 된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저는 영혼의 존재를 믿어요. 그래서 장례식장에 제가 있을 것 같거든요. 누가 왔구나, 저 친구가 와주었구나, 하면서 고마워 할 것 같긴 한데요. 커뮤니케이션은 안 되겠죠. 와주신 분들 역시 여기 어딘가에 오은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예전에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텐데요. 보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하기 위한 자리가 필요하구나, 말이 오가는 장면이 필요하구나, 생각을 했고요. 그러면서 장례식이라는 의식이 갖는 어떤 중요성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