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E QUARTERLY MAGAZINE

VOL.35 WINTER


책읽아웃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76회)

  『하필 책이 좋아서』

      김동신, 신연선, 정세랑 저 | 북노마드

다양한 직업,

하나의 이야기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동신사를 운영하고 계신 김동신 디자이너님입니다.

김동신: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김동신입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김동신, 신연선, 정세랑 작가님이 함께 쓰신 책 『하필 책이 좋아서』입니다.

불현듯(오은):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는데요. 이 책은 3인 3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이어떤 책인지 책을 함께 쓰신 신연선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캘리: 일단 저자로 출연을 하게 되어서 아주 영광이고, 너무 떨립니다.(웃음) 책 소개를 하면요. 문학 편집자였고, 소설을 쓰고 있는 정세랑 작가, 인하우스 북디자이너였고,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동신 디자이너, 출판 홍보기획자, 온라인서점 MD였고, 출판계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신연선, 이 세 명이 함께 쓴 책이에요.

세 명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출판계에서 약 20년 차를 향해 가는, 정세랑 작가님의 표현대로라면 ‘업

계의 허리 세대’라는 점이고요. 이런 공통점 아래에서 저작, 편집, 디자인, 홍보, 판매, 콘텐츠 제작까지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였어요. 역시 정세랑 작가님의 기획이었습니다.사실 업계의 허리 세대라는 공통점 외에는 겹치는 얘기가 별로 없어 보이잖아요. 그럼에도 각자 다른 이야기인 듯 공통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눈 밝은 독자 분들은 발견하셨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한 권이 묶였을 때 잡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고 쓰면서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보면 각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요. 책 제목처럼 ‘하필 책이 좋아서’ 버릴 수 없는 애정이 깔린 글들이 담겨 있어요. 저는 이 책이 막힌 텍스트가 아니라 열린 텍스트로서, 논의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 정세랑 작가님이 이 책을 아무래도 함께 일하는 분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정말 같은 마음이고요. 특히 저는 그 범주에 책을 좋아하시는 독자 분들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나는 이런 얘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라고 얘기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요. 예를 들면 서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서점 이야기를 할 수도 있잖아요. 제작을 하시는 분들이 제작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 같은 것들을 들려주신다면 그것도 너무 멋진 일이고요. 그런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썼습니다.

불현듯(오은): 세 분이 서로 다른 일들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한 권에 각자 하시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놨더니 책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쩌면 지금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하필 책이 좋아서』 같은 책에 대한 책, 책이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기획되고, 디자인 요소가 얼마나 신경이 많이 가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책을 읽으시면 어떨까 생각해요. 이 책이 어떤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 같거든요. 2024년 독서 모임은 이 책으로 시작해야 된다, 저는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캘리: 오, 이 책으로 시작하세요.(웃음)

김동신 작가의 

디자인

불현듯(오은): 우선 책이 아름답다는 평을 굉장히 많이 저도 듣고 있거든요. 독특하고 눈에 확 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책의 저자이자 이 책을 디자인하신 김동신 작가님의 경우, 본인이 참여한 책을 디자인하는 것은 좀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외주를 받아서 일을 하게 되면 그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나 출판사의 색깔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디자인을 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다소 무난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길 텐데요. 이 책은 본인이 쓰기도 한 책이기도 하니까, 부담도 되면서 어쩌면 그 부담이란 즐거움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작업할 때 어떠셨나요?

김동신: 마감을 한창 할 때는 ‘아, 다른 디자이너한테 외주 주고 싶다’(웃음)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외주로 하는 디자인은 누군가한테 이른바 컨펌을 받아야 되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창작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최종 결과물로 확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 자체는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또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도 사실 제가 알지는 못하죠. 그냥 출판사 편집자 분이 가부를 제게 통보해 주는 식으로 보통은 진행이 되니까요. 결정 과정에 제가 참여할 일은 외주가 되고는 조금 줄어든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런 게 디자인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냥 제가 어떤 리액션을 하면 되는 조건이 되어 주기도 해요. 제가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적어지는 건데 그게 솔직하게 말하자면 편한 부분도 있는 거죠.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약간은 컨펌이라는 것을 하는 쪽에 속하다 보니까요. 책임질 부분이 더 많아진 거예요. 물론 다른 작가님도 계시고, 출판사 대표님도 계시지만 다들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 주셨어요. 게다가 제가 쓴 글의 내용이 디자인에 대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적어도 그 글에 배치되지는 않는 디자인일 필요가 있어서요. 그게 되게 매력적인 상황이기도 했고,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했었습니다.

책을 통해 발견한 

나 자신

불현듯(오은): 이 책을 합작하는 과정에서 정세랑 작가님께서 처음에 손을 내밀었다고 했어요. 어떤 기획으로 시작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 두 분에게 연락이 갔는지가 저는 궁금하더라고요.

캘리: 저는 정세랑 작가님에게 카톡 연락을 받았어요. 그 메시지를 받았던 날이 지금도 기억이 나요. 책을 한번 같이 써보고 싶다, 출판에 관한 이야기인데 너는 홍보도 했고, 온라인서점에서 MD로 일도 했으니까 그쪽 얘기를 써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편집자로, 소설가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쓰고, 디자이너 분을 모셔서 셋이 다방면으로 얘기할 수 있는 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죠. 저는 우선 기획은 너무 좋은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당장 대답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메시지를 받고 잠시동안 고민을 하다가요. 그래도 답장은 빨리 해줘야 될 것 같아서(웃음) 좋은데 나 고민 돼, 그랬어요. 사실 쓰는 데도 고민이 많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김동신: 예전에 제가 기획한 전시에 정세랑 작가님께 작가로서 참여해 달라고 부탁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조금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고요.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안 나지만 몇 년 후에 이 책 관련해서 정세랑 작가님께서 메일을 주셨어요. 저도 고민이 많이 되기는 했었어요. 어쨌든 디자인에 대한 걸쓴다는 게 부담스러운 작업이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3분의 1이면 조금 부담이 덜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야 너무 좋아하는 작가 분들이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제가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나는 너무 책에 대한 사랑이 없다” 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왜냐하면 출판계에는 진짜 찐사랑꾼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어디 가서 책 좋아한다는 말을 감히 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책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서 내가 그래도 될까, 라는 생각을 원래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 책과 별개로요. 근데 이 제목이 어떨까, 하고 보내주신 걸 보고는 마치 속내를 들킨 것 같았어요. 

-김동신


불현듯(오은): 제목이 너무 좋죠. 책이 대체 왜 좋습니까? 왜 하필 책이었습니까? 먼저 김동신 작가님부터 답변을 해 주세요.

김동신: 이 제목에 대해서는, 두 분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되게 오랜 시간 고민이 있었어요. 이 책을 준비하는 기간이 저한테는 ‘그래, 그래도 책을 전혀 안 보는 사람에 비하면 나 정도는 책을 그냥 좋아한다고 해도 되겠지’라고 받아들이게 된 시간이기도 했어요.

신연선: 저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책이 좋았거든요. 그렇긴 하지만 세상에 나와 있는 완성물로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요. 제목에 들어간 ‘하필’이라는 말은 제가 실제로 출판계에서 일하면서 갖게 되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을 담고 있는 말 같아요. 최근에도 그렇지만 출판계에도 정말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표절이라든지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든지 노동 착취 같은 일들이 없지 않죠. 그리고 그것들을 분명하게 얘기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래도 왜 나는 책이 좋고, 출판이 이렇게 좋을까, 여기를 왜 못 떠나고 계속 있을까 생각하면 진짜 첫 그 마음인 것 같아요. 책을 너무 좋아했던 그 어렸을 때부터의 마음이요. 그리고 여기에서는 어쨌든 비교적 다른 산업보다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곳 아닌가,라는 되게 작은 희망 같은 것들을갖고 있어서요. 하필 책이 좋아서 여기에 있지만 그래도 여기가 계속 좋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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