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효 변호사의 ESG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법무법인(유한)태평양 김진효 외국변호사


얼마 전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온 적이 있다. 딸아이 방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뜻밖에도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이들의 대화에 관심이 갔다. 이날 서너 명의 중학생들이 내린 대충의 결론은 기후위기로 지구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고, 그래서 자신들도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기상이변과 이로 인한 피해는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과 피해는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딸아이와 또래 친구들이 걱정할 만도 한 것이다.


실제로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에 관한 엄중한 경고를 내린 바 있다.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어 지금부터 10년간의 기후행동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골든 타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2040년까지 69%, 그리고 2050년까지 84%를 감축하여 2050년대 초반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매우 강력하고 즉각적인 감축 이행을 촉구하였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행동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전 지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일까? 중장기 기후위기 현상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정해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20여 년 동안 우리가 원하는 답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 활동에 의해 더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을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인류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치임에는 틀림없다. 

앞선 질문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결론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15년 전 세계 190여 개의 국가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고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파리기후협정은 모든 당사국이 감축에 참여하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씨까지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협정에 참여한 국가 별로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통해 전 지구적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민간 연구단체인 ‘넷제로 트렉커 (Net Zero Tracker)에 따르면 현재 151개 국가와 265개의 도시, 그리고 1,052개의 주요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였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8%와 GDP의 92%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글로벌 넷제로 커버리지
1) 출처: Net Zero Tracker (www.zerotracker.net)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말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여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국가의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천에 매우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국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 역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우리나라는 탄소 多배출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확대 여건 또한 불리해서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변경과 에너지 전환이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 노력에 우리나라가 적극 동참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에는 주요 선진국들의 탄소 관련 정책들이 글로벌 무역질서의 재편을 초래하고 무역장벽의 수단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대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23년 4월에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하여 제 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기본계획은 정부가 국가의 탄소중립 비전 및 중장기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여 5년마다 연동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국가의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계획이다. 제1차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2018년 727.6백만 톤 대비 40% 감축한 436.6 백만 톤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연도별 감축 목표의 경우, 2023년부터 2027년 까지 5년간 누적 감축량은 78.89백만 톤, 2028년부터 2030년까지의 3년간 누적 감축량은 148.4백만 톤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2030년까지의 총 감축량 중 75%를 2028년부터 3년 동안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인 벤토리 보고서 (National Greenhouse Gas Report of Kore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배출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2000년~2009년 연평균 총배출량 증가율은 1.9% 수준이었고, 2010년-2019년 연평균 증가율은 0.7% 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인 2019년~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각각 3.5%,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참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작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8.8%가 탄소중립 추진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그 이전 같은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가 34.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기업들도 탄소중립 이행의 필요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활동 참여 경로는 다양하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의무 이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과학적 기반의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 (SBTi) 참여2) , RE100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확대, 국내·외 자발적 탄소시장 등을 활용한 탄소 상쇄(offset), 공급망 탄소 관리 등에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들은 매우 다양하나 여기서 모두를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먼저,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5년 1월부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K-ETS, Korea Emission Trading System)를 시행하고 있다. K-ETS는 국가의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제도로써, 2024년 현재 약 700여 개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이 진행 중에 있으며,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 직접배출 기준으로 약 73.5%를 차지하고 있다. 



2) SBTi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는 파리기후변화 협약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들에게 과학을 기반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지침 및 방법론을 제공하며, 이를 검증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다음으로, RE100은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 중에서도 전력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으로,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사용 전력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차 확대해 가면서 늦어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100%를 달성하는 활동이다.3)

2024년 2월 기준으로 글로벌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총 36개에 이른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한국형 RE100(K- RE100)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돕기 위해 정부에서 지난 2021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2024년 2월 현재 약 450여 개의 기업 및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는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파리 기후 협정에 따른 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을 기반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 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공하는글로벌 이니셔티브이다. SBTi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최신의 기후과학(Climate Science)을 통해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24년 2월 현재 전 세계 7천여 개 기업들이 각 단계 별로 SBTi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국내 기업은 59개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목표 수립 및 다양한 이행 방안들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기업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도전적인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무쪼록 이러한 노력들이 기후위기 극복으로 이어져 내 딸 아이를 포함한 전 세계 10대들의 고민을 덜어주기를 바라며 본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3) 글로벌 RE100은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The Climate Group(TCG)과 Carbon Disclosure Project(CDP)의 파트너쉽으로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일종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약력

김진효 외국변호사는 다양한 산업계를 대상으로 K-ETS를 비롯한 국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 탄소중립 및 ESG 활동,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시장 진출, 탄소국경조정제 대응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탄소금융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환경, 에너지 인프라, 기업법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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