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E QUARTERLY MAGAZINE

VOL.34 AUTUMN



이변의 생활법률 F&Q

계약과 사회생활

필자는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1. 2. 제40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13년째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법무법인 엘케이에스(LKS)의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오늘은 지난 기고문에서 썼던 계약이 무엇이고 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계약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계약서를 써야 하는지 등등에 이어서 계약, 계약서에 대해 못 다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내가 무슨 일을 하다가 계약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참으로 난감할 때가 많다. 도대체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니 말이다. 변호사로서 계약서를 작성해 주거나 검토 해주다 보면, 생소한 분야를 접하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필자 역시도 같은 막막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는 일단 검색엔진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지식의 보고인 인터넷에는 나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던 누군가가 친절하게도 그런 계약서의 양식을 올려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이 좋게 비슷한 내용의 계약서를 찾았다고 해도, 다시 막막해진다. 그다음에는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을 해야 되는지 말이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계약서 작성의 기본은 이 계약을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즉 계약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잘 확정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서로 원하는 바에 대한 협의를 하고, 그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계약서의 가장 기초인 것이다. 그 목적만 표현되게 간단히 적어도 계약서는 계약서라는 것이다. 다만, 비슷한 계약서의 양식을 찾아보라는 이유는, 유사한 계약서에는 계약의 목적 사항 외에 내가 생각지 못한 내용들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상품을 매매하는 계약서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이 계약의 목적은 단순하다. 한쪽은 상품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 목적이고, 한쪽은 돈을주고 상품을 사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니까, 'A는 물건을 만들어서 매월 며칠에 공급하고, B는 물건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내에 대금을 지급한다.'라는 한 줄만 적어도 계약서는 계약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래를 하는 매매계약서의 양식을 보면, 이 외에도 물건에 하자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납기가 늦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금 지급이 지체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계약의 목적사항 외에 많은 추가적인 내용들이 들어 있다. 이런 추가적인 내용들이 들어가 있는 양식이 돌아다니는 이유는, 그동안 비슷한 거래를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미리 정해놓지 않아서 분쟁이 발생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계약서가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존에 유사한 계약의 계약서 양식은, 유사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이고, 이런 부분들을 상대방과 미리 협의하여 결정함으로써 불필요

한 송사를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편을 읽어본 독자는 기억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계약서를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약속의 존재와 내용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인데, 그 계약서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처리하기로 정해둔다면, 굳이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 해결을 할 수 있고, 그냥 해결이안 되어 소송으로 가게 되는 경우에도, 어떻게 해결하기로 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계약서를 써야 한다면, 비슷한 유형의 거래를 위해 작성되었던 계약서 양식을 찾아보고, 그 계약서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들을 당사자와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하여 확정 짓는 것이 좋겠다.


계약서만 쓰면

안전한가?

지금까지는 계약서를 왜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계약서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가 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계약서를 완벽하게 쓴다고 해도, 상대가 계약서에 정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계약서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상대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서는 상대가 이행하지 않은 의무가 무엇인지,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적어놓은 문서일 뿐이고, 그 문서만으로는 상대방에게 어떠한 강제력도 행사할 수 없다.

이때부터는 법원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그것이 결국 소송이다. 대체로 계약 위반과 관련한 소송은 민사소송의 범주에 들어가는데, 단순한 계약 위반이 아니고, 계약을 체결할 때 상대방을 속였다는 사정이 추가되면 사기 등 형사소송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민사소송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돈을 지급하도록 하거나, 어떠한 행위를 이행하도록 하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인데, 이런 판결을 받아야만 상대방의 계좌에 있는 돈을 받아내거나, 집행관을 통해서 건물에 있는 물건을 빼내는 등 강제집행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통상 이렇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판결문을 받기 위해 진행하는 민사소송은 아무리 적게 걸려도 1심 판결을 받은 데만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리고,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변호사 없이 진행하려면 절차를 공부하고 서면을 작성하고, 재판에 출석하는 등 결국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게 된다.

중요한 계약일 경우에는 상대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공증이라는 것을 받기도 하는데, 사전에 이런 공증을 받아두면 소송을 하지 않아도, 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의 집행문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담보를 제공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상대방이 담보를 제공할 의사가 없거나, 담보로 제공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써먹을 수 없는 방법이다.

어찌 됐든,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서에 정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몹시 피곤한 일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계약서를 아무리 잘 써 놓는다고 해도, 서로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원의 힘을 빌려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한 것과 동일한 결과물을 얻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어차피 그렇게 될 거 힘들게 계약서는 뭐 하러 쓰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앞서도 말한 것처럼, 소송을 할 때 이 계약서가 무엇보다도 강력한 증거가 되어, 상대방이 이행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이행을 제대로 안한 것이 맞는지, 의무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는 무엇인지를 손쉽게 입증할 수 있고, 그나마 빠르게 원하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계약서는 몹시 중요한 계약의 일부인 것이다.

   맺음말    지금까지 계약서를 어떻게 쓰면 될지, 계약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적어도 철면피의 사기꾼이 아니라면 본인이 서명한 계약서에 적힌 문구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계약서를 작성해도 그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소송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내가 서명한 계약서의 내용을 어기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계약서가 상당부분 분쟁을 막아내고 신뢰를 유지하게 하는 유용한 수단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이 글을 접한 독자들에게만이라도 이 글이 계약서를 쓰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약력

이길우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에스(LKS)의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 제40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이후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태신에서 근무하며 역량을 쌓았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 교통사고, 지적재산권 분야 전문 등록을 마치고 전문 영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기업 일반 자문, M&A 등 기업법무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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